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선비의 섬세함이란 무엇일까?
다른 사람의 눈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섬세하다 할 수 있다.
집에서 키우는 작은 화분의 기분을 읽을 수 있다면 섬세하다 할 수 있다.
 
햇빛이 환하고 바람 살랑거리는 5월,
깨끗한 옷을 입고 거리로 나온 여자처럼 즐거울 수 있다면
섬세하다 할 수 있겠다.
 
책을 읽다 그 오묘한 뜻을 깨닫게 되어 기뻐하면 섬세하다 할 수 있다.

빗소리를 듣다 어린 시절로 돌아가 잠을 이루지 못한다면 섬세하다 할 수 있다.
 
 
 무사처럼 선이 굵다는 것은 어떤 것일까?
마음속에 이는 두려움에 지지 않으면 선이 굵다 할 수 있다.
달랑 칼 한자루를 메고 언제라도 떠날 수 있다면 선이 굵다 할 수 있다.

 

눈을 감고 가부좌를 틀면 바위 같아진다면 선이 굵다 할 수 있다.
한 번 맺은 인연을 소중히 여기면 선이 굵다 할 수 있다.
 
무리속에 있지만 자신을 잃지 않을 수 있으면 선이 굵다 할 수 있다.
자신의 길을 가는 사람은 선이 굵다 할 수 있다.

 

 

구본형,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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